수필집

어느덧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도 오늘로 1년이 되는 날이구나. 아직도 이곳엔 네가 지내던 흔적이 가득하단다. 오랜만에 꺼낸 겨울옷에 네 털이 붙어있기도 하고, 네가 지내던 집도 없애지 못한 채 여전히 있어. 우리 가족은 다 같이 모이면 종종 네 얘기를 하면서 지내. 어쩔 땐 각자의 사진첩에서 너의 사진을 꺼내 보이기도 하지. 네가 여름에 첨벙첨벙 물놀이를...

세상은 넓고 이상한 놈, 나쁜 놈도 정말 지천에 널렸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 있고, 스스로가 괜찮은 놈이라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겐 당장 패버리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든 그런 것 같다. '틀림없이' 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좋은 사람은 없을 거다. 아무리 멋지고 좋은 사람 같아도 누군가에겐 ...

하려던 일 몇 가지가 어그러졌다. 평소 무언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얼마 전 또 우울의 늪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한가해진 시간을 다른 것들로 채우다 마트에서 우연히 쪽파를 싸게 파는 걸 봤다. 전이나 부쳐먹을 심산으로 사 온 쪽파 한 단은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그대로 뒀다가는 상하겠다 싶었다. 실의에 빠져 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생각이 깊어지고 깊어지고 깊어지다 보면 어느새 창밖에 동이 튼다. 생각은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은 얼핏 보면 예쁜 문구인데, 사실은 지옥같은 말이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 이어지면 불면증이 될 테니까. 아니면 최소 낮밤이 뒤바뀌겠지. 그러니까 생각 좀 ...

사랑하는 우리 애기... 지금쯤 무지개 다리를 건너 그곳으로 무사히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이른 새벽 네가 엄마 품에서 떠났다는 이야기에, 예상하던 일이었음에도 얼마나 한숨이 나오던지... 얼른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너를 만나러 갔을 때 넌 이미 차가운 몸을 하고 있더구나. 아침부터 날이 궂어 혹여나 네가 떠나가는 길이 험할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날이 점점 ...

너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오지 않아 그저 짧게 '누나 갈게.'라고 말했다. 떠나면서도 지금 건네는 인사가 마지막일 것만 같아 자꾸 마음이 미어졌다. 레브라도 리트리버의 평균 수명을 이미 훌쩍 넘은 너는 며칠 전부터 상태가 많이 나빠져 있었다. 의사 선생님도 이 이상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했다. 이젠 ...